2026.03.24 · AI

AX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재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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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재설계다

내가 요즘 유튜브에서 한시간 이상짜리 롱폼을 소비하는 컨텐츠는 딱 세개 정도다. 허간민 머니그라피, SPNS tv, 그리고 노정석 대표님의 AI 프론티어 팟캐스트.

노정석 대표님의 팬이라서 한번씩 오프라인 행사도 하시면 쫄쫄 찾아가서 좋은 가르침 얻고, 팟캐스트 나오면 거의 그날 바로 신나서 듣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유독 들으면서 정말 공감되었던 파트가 있어 공유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봤다. 1시간 6분 이후 구간에 거의 극후반에 나온 얘긴데, 무릎을 실제로 탁 치면서 들었다. 아래 내용은 팟캐스트에서 정석 대표님의 해당 구간 말씀 원문이다. (영상 링크)

저희가 회사에서 AX 프로젝트들 수도 없이 하잖아요. 근데 AX 프로젝트 할 때 많이 하는 게 뭐냐면, AX팀을 만들어요. 그리고 그 팀이 현업 팀들을 돌아다니면서 요건을 받고, 뭔가를 만들어주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구조화됩니다.

근데요, 만들어줘 봐야 어차피 안 씁니다.

왜 안 쓰냐. AX 조직의 인센티브 문제예요. 어떤 지식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는데 — 마케터가 됐든 기획자가 됐든 — 이 사람이 직무의 일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굉장히 많은 잡다한 일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서 AI가 들어가서 그 사람이 하는 일 중에 하나를 없앴다고 칩시다. 그러면 더 생산적인 업무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왜? 인센티브가 그쪽을 향하고 있지 않으니까.

"나는 여기까지 오르려고 힘들게 노가다를 하며 엑셀 단축키 익히고, 파워포인트 단축키 익혔는데 나는 이걸 계속하고 싶어." 이게 본질인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기 싫은 걸 계속 푸시당하니까 안 쓰는 거예요. 조직의 관성이에요.

그래서 핵심은 이겁니다. 팀을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팀을 없애주세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잘라버리자는 게 아니에요. 단위업무를 없애고, 그 사람들을 새로운 직무로 투입해야 하는 겁니다. 기존 업무 위에 뭘 더 넣어줘 봐야 파워포인트 만들던 걸 다른 도구로 바꿔주는 거에 불과해요.

회사 입장에서는 marginal한 생산성 증가가 없습니다. 오히려 단위 인력들이 더 노는 가능성이 높아져요. 이게 AX인가요?

평소에 경험치로 느끼고 있던 생각이랑 너무 궤가 같아서 고개를 너무 끄덕여서 고개가 아팠다.

저항의 본질은 "몰라서"가 아니다. AX 프로젝트가 현업에서 거부되는 이유를 "AI 리터러시 부족"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을 더 하면, 툴을 더 쉽게 만들면 쓸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틀린 지점이라고 생각.

진짜 저항의 본질은 정체성 위협이다. 마케터가 3년 동안 엑셀 피벗과 파워포인트 단축키를 몸에 익혔다면, 그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이 조직 안에서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다. AI가 이걸 대체하면 "나는 여기서 왜 필요한가"라는 실존적 질문이 된다. 매몰비용 오류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내가 쌓아온 것의 가치가 부정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기 싫은 걸 계속 푸시당하면 안 쓴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센티브의 문제라서.

AX를 추진할 때 가장 흔한 메시지가 두 가지다. "안 하면 도태된다"는 공포 프레이밍과, "이걸 익히면 경쟁력이 된다"는 기회 프레이밍. 둘 다 실제로는 약한 레버다.

문제는 이 두 메시지가 서로 충돌한다는 것.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방어적으로 가고, 기회를 보는 사람은 이미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설득이 필요한 대다수 — "맞는 말인 건 알겠는데 지금 당장 급하진 않잖아"인 80%한테는 어느 쪽도 행동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특히 "도태" 프레이밍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왜 내가 바꿔야 하냐"는 반응을 강화시킨다. 이건 IKEA에서 직접 조립한 가구에 과도한 애착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힘들게 조립했으니까 이게 좋은 가구라고 믿고 싶은 거다. 내가 힘들게 익힌 스킬이니까 이게 여전히 가치 있다고 믿고 싶은 것.

기업 AX에는 구조적 교착 상태가 존재한다. 세 가지 경로 모두 막혀 있다.

오너가 직접 주도하면 깊이는 있지만 스케일이 안 된다. 현업의 단위업무를 오너가 하나하나 재설계할 수는 없다. 실무자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면 앞서 말한 확산 단계에서 인센티브 문제가 발생한다. 전담 AX팀이 하면 SI 프로젝트가 된다. 어느 경로를 택해도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 트릴레마의 현실적 해법은 bottom-up 주도 + top-down 지지의 조합이되, 핵심은 "모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움직인 소수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게 만드는 것"이다.

80%를 움직이는 건 메시지가 아니라 목격이다. 옆 팀 동료가 AI로 리포트 생성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시간에 새로운 분석을 해서 성과 평가에서 인정받는 걸 직접 보면, "도태된다"는 경고 100번보다 강력하다.

이건 결국 인센티브를 메시지가 아니라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무자가 AI로 단위업무를 없앴을 때 그 사람한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게 뭔지 — 새로운 프로젝트 기회, 성과 평가 반영, 역할 확장 등이 명확해야 한다. "더 생산적인 일을 하세요"라는 추상적 지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가 보여야 한다.

AX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재설계라고 생각한다.

결국 AX의 본질은 어떤 AI 도구를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업무가 없어졌을 때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느냐를 설계하는 일이다. "단위업무를 없애라"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리고 이 사람은 이제 이걸 한다"까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어떤 AI 도구를 붙여도 기존 방식의 디지털 포장에 불과하다.

PR용으로 그럴듯한 프로젝트는 계속 나올 것이다. 하지만 오너십이 원하는 수준의 AX — "실질적인 생산성 도약" 수준이 될 가능성은, 인센티브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기업들에서 보통 하는 AX는 겉보기에 그럴듯하고, PR용으로 얘기하기 좋은 프로젝트들은 계속 나오겠지만 진짜로 오너십에서 원하는 AX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결국 외부 컨설팅으로 임팩트 내기 어려운 것과 같은 관점이다. 오너가 되어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고, 일 자체가 복잡계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요건만 갖고 그 직무의 특정 영역만 건드려줘서 일이 효율화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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